나는 살면서 한번도 부자가 되고 싶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막연하게나마 돈이 많으면 좋겠지- 정도로 생각은 했다. 하지만 늘 현실보다는 이상적인 생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해야해-' 하면서 정말 그렇게 실천하며 살았다. 그렇다. 난 남들이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현실감각 없는) 이상주의자였다.
내 이삼십대를 간단히 요약해 보자면,
20대에는 대학교 다니며 알바를 항상 병행해야 했고, 등록금을 모으지 못한 해에는 강제적 휴학을 해야만 했다. 그러면서도 돈 안 되는 직업을 골라 새벽까지 밤새 작업하며 책상밑에 침낭을 깔고 자면서도 월급 100만 원도 못 받으며 거의 10년을 같은 회사에서 일했다. 돈은 못 벌어도 내 직업이 좋았고, 더 공부하고 싶었다. 내 전공 쪽으로 깊게 파보고 싶다는 생각에 유학을 결정했지만 집에서 도움을 받을 형편이 아니라 직장 다니며 알바를 해가며 투잡 아니라 쓰리잡까지 하면서 돈을 악착같이 모아 간신히 어학원비용과 약간의 현금만 들고 무작정 영국으로 갔다. 그때 당시 영국 환율이 1파운드에 2100원 하던 시기라 통장의 잔고는 몇 달 월세내고 나니 텅텅 비어버렸다. 초반에 영어가 부족했던 나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작은 신문사에서 편집알바도 하고, 한국식당에서 서빙도 하면서 어학원을 다니며 영어공부를 했다. 영어가 조금 늘고 나서는 영국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알바를 하며 한식당에서 서빙도 병행하고, 늘 두세 가지 일을 하면서 영어공부도 하고 대학원 입학을 위해 포트폴리오도 만들었다. 나중에는 핸드메이드 상품을 마켓에서 팔면서 돈을 조금 벌어 간신히 학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입학금만 마련된 거라 대학원 과정을 하면서도 주말에는 일을 해서 생활비와 남은 학비를 벌어야 했다.
모두가 안된다고 했지만, 나는 밀어붙였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기 위해. "늘 하고 싶은 걸 해야 해", "내가 원하는 걸 이뤄야 해"라는 마음이 가득했기에 돈은 어찌 됐건, 내 몸이 어떻든 상관없었다. 그렇게 몇 년을 갈아 넣어 간신히 대학원 학위를 땄고, 대학원 과정이 끝났을 때 내 수중에 남은 돈은 한 푼도 없었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와 전공 살려 2년 정도 일을 하다가 대학원 때 만난 남편과 결혼을 하면서 프랑스 시골로 이사해 정착했다. 남편도 현실감각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나보다는 물정에 대해 잘 알았다(다행히도). 남편 부모님의 도움으로 빵집하나 없는 시골에 집 한 채는 마련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골살이를 시작한 지 벌써 7년. 그 사이 우리에게는 아이들이 둘이나 생겼고. 육아와 집안일을 하면서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니 수입은 점차 줄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주변에서 물려받는 것도 많고, 선물도 넘쳤고. 아이들이 생겼다고 큰 지출이 생기지는 않았기에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큰 아이가 만 5세 정도 되니 하고 싶어 하는 것도 많고 아이들은 쑥쑥 커서 옷도 철마다 사야 했다. 신발은 어찌나 빨리 해지는지, 일부러 돈을 조금 더 주고 좋은 퀄리티의 신발로 사줘도 2주가 채 안되어 더럽혀지고 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 신발과 옷은 작다고 해서 저렴하지 않다. 좋은 브랜드의 옷이나 신발을 사주는 것도 아닌데, 옷 두 벌 신발 한 켤레 하면 15만 원 나가는 건 우습다. 그렇게 생활비가 빠듯해지기 시작했고, 왜 매달 이렇게 빠듯하지? 과소비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음식도 집에서 다 해 먹고, 나름 줄이려고 많이 노력하는데도 수입은 점점 내려가니 힘이 들었다. 시골에 있으니 더 이상의 일거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수입을 늘리지? 어떻게 하면 소비를 줄일 수 있지? 어떻게 하면 저축을 많이 할까? 어떤 투자를 해야 안전하면서도 우리의 미래에 보탬이 될까? 어떻게 해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 요즘 내 머릿속은 이런 생각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나는 전형적인 INFP F와 P의 성향이 거의 90프로가 넘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이제껏 늘 즉흥적으로 계획 없이 기분 가는 대로 살아왔다. 물론 예술/디자인 쪽 일을 하기에 그런 성향이 도움이 된 것도 있고,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핑계로 포기하지 않고 미친 듯이 밀어붙여 원하는 것을 이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로 산다는 것은 이런 나를 많이 바꿔놓았다. 더 이상 내가 하고 싶은것만 하면서 살 수 는 없다는걸 깨달았다. 이 두 아이의 미래가 나에게 달려있으니까. 아이들에게 모든걸 다 해주고 싶지도 않고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풍요와 나처럼 공부하고 싶은게 있어도 학비때문에 학비를 벌어야해서 하고싶은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을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 그러려면 돈 있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속물이다, 돈밖에 모르는 사람 등으로 치부하며 산 적도 있다.
하지만 얼마나 철없고 우물 속 개구리 같은 생각이었는지. 이제야 깨달은 엄마는 공부를 시작했다.
매일 매 순간 실패하고 좌절하지만, 또 마인드세팅을 하고 다시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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